[쥐포] 3년간의 암호풀이.-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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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암호풀이

-이별-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제대를 불과 몇달 앞두었을 때였다. 어느날 면회

를 온 그녀는 한참동안 망설이더니 갑자기 해외로 떠난다고 했다.

그것도 일주일 후에.

나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무슨 얘기야,대체?"

"가족이 모두 이민가. 나도 따라갈꺼야."

"가지마, 나를 두고 어떻게..."

"가야해."

"안돼! 부탁이야!"

"여기있으면 뭐할건데. 전부 이민 가는데 나 혼자 남을 순 없잖아."

"................"

그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랑 결혼해, 나랑 같이 살아.

하지만 나는 차마 그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아직 제대가 몇달이나 남아있었고, 대학을 2년 반을 더 다녀야 했다.

그후 취직이 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전산과이기는 해도 기업체에게 별로 인기가 없는 지방캠퍼스인데다가 1학년

때 성적은 바닥권이였다. 영어 실력도 빵점이였다.

그것을 보충할 다른 뾰족한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였다.

그녀도 말이 없었다. 이렇게 이별하는 건가?


안되는데, 안 되 는 데.........

나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연락처라도 남겨줘. 제대하면 날마다 전화할께."

"..................아냐, 안해도 돼"

"왜? 왜 안된다는 거야? 그럼 편지는? 주소라도 가르쳐줘."

"편지는 하지 마."

"헤어지자는 거구나. 내가 싫어졌니? 다른 남자친구 생긴거야?"

"그건 아냐."

그녀는 말을 딱 짤랐다. 슬픈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유난히 핏기가 없었다. 고민을 많이 했는지 몸도 무척 야위어 있었다.

약간의 정적이 흘렀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다른 남자 생긴거, 절대 아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종화, 너 밖에 없어.

하지만 자세한 것은 묻지 말아줘. 부탁이야."

"그런데, 왜 전화조차 안된다는 거야?"

나의 목소리는 다시 높아졌다. 그녀는 힘없이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순간 그녀의 머리칼이 꽃힌 자그만 꽃머리핀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첫 휴가를 나갔을때 같이 거리를 거닐다가 샀던 거였다. 그녀가 입고

온 옷도 그날 내가 선물했던 거였다.


"가지마, 제발 가지마. 가더라도 조금 있다가 돌아와줘."

"날 정말 사랑한다면 내가 돌아올 때 까지 기다려 줄 수 있어?"

그녀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맺혀 있었다. 나도 눈물이 치솟으려 했다.

"그래, 언제까지라도. 네가 돌아만 와 준다면."

나는 굳게 말했다.

"그렇다면 좋아."

그녀는 뜻밖에도 품에서 빨간색 3.5인치 디스켓을 한장 꺼냈다.

그리고 내 손에 꼬옥 쥐어주었다.

"여기 우리가 다시만날 시간과 장소가 적혀있어.

나는 3년뒤에 잠깐 귀국할 꺼야.

그때 이곳으로 찾아와줘, 그러면 너랑 결혼하겠어."

"정말이야?"

나는 너무 기뻐 환성을 지를 뻔 했다.결혼이라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이 말했다.

"단 조건이 하나 있어."

"뭔데?"

나는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물었다.

"거기 내가 부탁한 것이 몇가지 적혀있어. 꼭 그대로 해줘야 해. 알았지?"

"그래. 알았어."

"그럼 잘있어. 나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

"주현아, 꼭 돌아와줘. 그때 만나! 널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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