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이든 반대든 수습교사제에 관해 올려주신 여러분의 글을
정말 잘 읽었습니다. 그만큼 교육에, 아이들의 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의 생각이리라 생각하며 잘 새겨듣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서울교육대학교 국어교육학과에 3학년으로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오늘 신문 기사를 검색해 보니 어제 저희들이 굳건한 의지를 갖고
또 많이 고민한 끝에 가졌던 수업 거부와 교육부 앞 시위 및 경복궁
지하철 역내 시위에 관해서는 아주 짧게만 언급되어 있더군요.
혹시 지나시다 본 분이 계실런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지극히 평화적인 시위였는데도 불구하고, 저희들은 거리로
나아가 시민들께 저희들의 생각을 알리지는 못했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저희들이 단지 밥그릇 하나 편안하게 차보자고 이런
수업거부와 시위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밑에 김상선님의 글을 잘 읽었는데요. 물론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본인이 직접 경험하신 학교 생활에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교사에게 배워 본 일이 있으셔서 더욱 그런 내용의 글을 쓰게
되셨겠지요. 그렇다면 이런 생각은 해 보셨읍니까?
만약 김상선님이 말씀하신 부적격교사에게 수습을 받고 지도를 받을
예비교사들은 어떻게 합니까?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선배교사님들을 배격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훌륭한 그야말로 봉사와 사랑의 마음이 가득한 교사가 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지난 7주간의 실습을 겪으며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참고로 교대생들은 2학년 1학기 관찰실습 1주
2학년 2학기 참가실습 2주
3학년 1학기 수업실습1 2주
3학년 2학기 수업실습2 2주
4학년 1학기 실무실습 2주
이렇게 총 아홉주의 시간 동안 직접 초등학교에 나아가 실습을 합니다.)
열악한 학교 환경, 쌓여있는 잡무, 학부모와 사회의 인식 부족...
물론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에 편한 일이 어디있겠냐고 하시겠지만...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적정한 보수를 받고, 그 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다면 감내하고 노력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같은 분위기, 환경에서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꾸준히 매진
하기란 결국 선생님들에게 사명감에서 나온 희생을 요구하는 것 그 이상
이하도 될 수 없습니다. 조금 말이 빗나갔는데요, 어쨌건 한 학급당 40명
가까이 또는 그 이상이 되는 학급당 아이들 수, 수많은 잡무...
그 위에 수습교사 지도까지 선생님에게 부담시킨다면
이는 담임선생님께 귀찮은 일 하나를 더 떠안기는 것이 될뿐
어떤 지도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교육 현실 때문에 내년부터 수습교사제를 도입하겠다는 생각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과연 좋은, 훌륭한 선생님이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교육에 관해 열의가 높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길에서 붙잡고
물어도 아마 한 시간 정도는 줄줄 이야기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좋은 선생님의 적성과 소질을
점수화한 평가 기준으로 잴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불가능합니다.
정말 자유로운 분위기에 있다하더라도, 이는 완전인... 초인이 와서
평가를 하기 전에야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기 어려울텐데...
지금같이 경직된 교직사회 안에서 제대로된 평가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분명히 수습교사는 선배 선생님들이 부탁하시거나 시키신 잡무에 시달릴
테고... (이러다 워드 잘 치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건 아닐까요?_
또한 그외의 압력...에도 시달리게 될겁니다.
예전에 들은바로는 하버드대에서는 교수를 임용할 때, 그 수업 내용을
일일이 비디오로 녹화해 놓았다가 심사를 해서 뽑는다고 합니다.
단지 수업기술을 측정하는데도 그정도 제도와 노력이 갖추어져야 할텐데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모범이 될만한 인격을 갖추고 노력하
는지를 과연 어떻게 측정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신문기사를 통해 보셨겠지만, 이번에 이루어지고 있는 졸속개혁으로
(사교육 비리만 파헤칠 것이 아니라 도대체 어떻게 공교육의 질을
높일 것인지... 그에 대한 개혁은 전무합니다. 투자 없는 질의 향상이
과연 존재할 수 있습니까?)
인해 선생님들의 사기가 떨어지면서 명퇴신청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빈자리가 늘고 있다고
해석해도 되겠지요?
그 빈자리에 서서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칠 사람은 교대생을 비롯한
교사 자격을 갖춘 (한 마디로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지닌) 사람들 밖에
없습니다. 이 사실이, 지금 우리들의 주장이 밥그릇 싸움이 아님을
말해 줍니다. 수습교사제가 실시되든 아니하든 간에 현재 4학년들이
임용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사람이
부족한 이 마당에 수습교사가 수습교사를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수습교사에 대한 수습을 어떻게 시키겠다는 말인지...
이러한 현실 하에서 수습교사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수습교사에게는
월급을 조금 주어도 되니 이를 시행하려한다고 볼 수 밖에 없는데...
이또한 교육부의 큰 오산입니다.
새로운 제도를 실시하는데 그게 맨입으로 됩니까?
아무리 졸속으로 시행되는 제도라 하더라도 (아니 그럴수록 더하겠죠.
빈틈이 많은 법이니...) 그를 준비하려면 이러저러한 비용이 많이
들것입니다. 과연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교육부의 졸속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에 반대하고 싶습니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부가 수요자라 부르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제도를 그렇게 손쉽게 바로 전해 10월에서야
발표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있습니까?
이런 식으로 교육을 생각하면 백년지대계 아닌 하루살이 교육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수습교사제 도입에 절대적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졸속적으로 현실을 생각하지 않는 도입엔 반대하는
것입니다.
어짜피 선생님이 되자고 모인 사람들이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가르쳐 주고,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 주겠다는 데 그것을
마다하겠습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또한 정말 좋은 선생님을 기르고 싶다면
(좋은 선생님은 길러지는 것이지, 선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교대 교육과정에 대한 개혁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게 좋은 교육을 해달라고 이런 소리하는게 아닙니다.
상선님이 보시듯 그저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직장이 좋아서
교대에 들어온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정말
파렴치한이 아니고서는 교대 안에 들어온 이상 교육과 아이들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쪽을 봐도 저쪽을 봐도 교육과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 책, 수업
인 이곳에서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은 배겨날 수가 없습니다.
철면피가 되지 않고서는 말이죠...
이렇게 교육에 대해서 생각하고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잘
길러놔야 이들이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만약 수습교사제가 정착되어 다른 전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어? 이거 편해보이는데... 만만한걸...
하는 생각으로 수습을 거쳐 임용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어떤 사람이 더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요...
장황하게 글을 썼습니다.
더 하고픈 말은 많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수습교사제에 관해서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의견도 올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울교대 정문에 이런 글귀가 써 있었습니다.
그 글귀를 보며 제 친구들이 얼마나 자랑스럽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교사가 되지 못해도 좋습니다.
교육개혁만은 올바르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두 문장에 저희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그럼, 모두들 어려운 때이지만...
열심히 살아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