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 그때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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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거의 전철의 맨 끝에서 탄다.
그런데 동인천역은 맨 앞칸에 타야 바로 개찰구가 있다.
늘 제물포나 도원역에서 일어서서 걸어오는데.
어느날인가. 참 피곤해서 그대로 앉아있다가 내린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다 바쁜듯이 앞으로 걸어갔고,
낮 시간이라 사람들도 별로 없었기에,
긴 역을 나만 혼자 또박또박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참 오랜만에 그 의자를 보았다.
아마 97년 2월이었을꺼야.
그 의자에서 누군가를 기다렸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애가 전철에서 내려 저 멀리서
걸어서 내게 오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정말 많은 것들이 변하고, 달라져서
어떤 것이 진실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날 그때 거기서 기다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날처럼 그 느낌으로 입김을 호오호오 불면서.
정해진 약속도 아무것도 없지만.
그런 느낌이라면 어쩌면 기다리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본문 내용은 9,65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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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2/27/2025 10: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