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를 향해 가는 시간.
생각해 보면 준비해야할 것도 많지만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것 없는 이 시간.
그냥 그렇게 커피도 마시고, 우동도 끓여먹으며
조용한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이런 시간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여유가 생기게 되면 슬퍼지기 때문이지요.
제 옛 홈페이지들을 보았습니다.
간간히 링크 깨져있는 부분들,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더군요.
링크를 따라 한동안 들리지 못한 옛 친구의 홈페이지에 가보기도 하고,
그 시절 힘들게 스캔했던 어렸을 적 사진들도 보고,
옛 게시판 글들도 보았지요.
대학 2학년, 그 시절에는 정말 머리가 긴 줄 알았었는데,
지금 보니 엄청나게 어색할 정도로 짧더군요.
정말 머리가 많이 자랐나 봅니다.
이젠 조금 잘라볼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공포를 느꼈습니다.
공포를 느꼈던 건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네요.
어린 시절에는 '전설의 고향' 같은 걸 보면서도
쇼파 뒤로 숨곤 했었는데... ^^;
혼자 있는 이 시간,
누군가 다가와 제가 칼을 찌르는 상상을 꾸준히 했습니다.
저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해야할 일이 많은데
그렇게 죽으면 얼마나 허망할까,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조만간 여행을 한 번 다녀와야겠네요.
작년 즈음에는 여유가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지
조금 더 프로그래밍 공부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여유만 생기면 잡념 뿐입니다.
그리고 잡념 후에는 며칠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술만 마시고 싶어지죠.
오늘 밤에는 야혼도 없네요.
대체로 외로운 밤이면 야혼이 함께 외로워해줬던 게 위안이 되곤 했었는데.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귀찮아집니다.
별로 하고픈 얘기도 없는데 무슨 얘기를 어떻게든 늘어놓는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빨리 건강을 되찾으셨으면 좋겠네요.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족, 효, 부모 같은 단어들은
어쩐지 구린 냄새가 나서 무척이나 싫어했었는데,
이름에 '효'가 들어가는 사람도 이유 없이 싫어했고
제 일에 가족이 연관되는 게 참 싫었었는데
역시 조금 나이 먹었다고 그 느낌이 다르네요.
어머니를 생각하면 또 슬퍼집니다.
그간 참으로 속 많이 썩였지요.
20살이 되자마자 거나하게 술에 취해 독립하겠다고 아우성치기도 했고,
가출하여 한동안 모습 안 보이다가 경찰서에서 대면하기도 했고,
병원 응급실에 실려 대면하기도 했고...
제 어머니, 저 때문에 참 많이 눈물을 흘리셨어요.
아직도 저는,
가출해 있던 시절 제 삐삐에 아무 말씀 못 하시고
눈물만 흘리시던 제 어머니를 기억합니다.
그 시절 무엇이 저를 그렇게 이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됐었는데,
그저 집에서 어머니께서 차려주시는 하얀 밥 먹으며
편안하게 살아갈수도 있었는데
왜 굳이 저는
저도, 또 어머니도 모두가 힘들던 그 길을 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삶의 조금의 관심이 들어와도 강하게 저항하였기에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하며 지내는지 아무 것도 모른 채
그저 멀리서 지켜만 보셨던 제 어머니,
제가 사고 치고 나면 어디선가 나타나셔서 묵묵히 뒷감당을 해주셨던
제 소중한 어머니,
부디 빠른 쾌유하소서.
생전 한 번 부모님 기쁘게 해드리지 못한 이 못난 아들,
그간 못했던 효도, 후회 없이 할 수 있도록
부디 빠른 쾌유하소서.
제발 빠른 쾌유하소서...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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