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사가 끝나고 초대한 친구 몇과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중, 내가 매우 아끼는 친구는 커밍아웃을 했다.
그 친구의 사랑 얘기는 익히 들어왔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그 친구의 사랑을 이야기 했다.
그러자 다른 한 친구가 지나가는 투로 물었다.
"그 친구도 이반 이야?"
나는 그 때 정색을 하고 말했다. 이 친구는 이반이 아니라고. 이 친구는 성의 정체성 혼란과 같은 거라고. 우리가 누구나 겪는 강한 동성애의 일부라고. 그녀의 성격상 그녀는 '그녀'를 동경하는 거라고.
그리고 그 때, 아니야 잠깐 멈춰줘. 하는 그녀.
나는 말했다. 네가 가지고 느끼는 거, 동성이라도 너무나 좋아하는 이에게 가슴떨리며 들떠본적있는걸, 너도 그렇다고 했잖아.
아니야 잠깐 멈춰줘. 나 그아이 좋아해. 그녀는 말했다.
나는 말했다. 좋아한다는 거 알아... 그렇게 혼란스러운 표정과 너는 이반이 아니라는 설명, 아니 그건 나의 강한 주장,을 할 때 친구 몇의 표정은 이거였다.
-정화야 얘는 그녀를 사랑해, 이반이라는 것에 '이반'으로 밖에 대하질 못하는 너의 생각, 그건 너와 다른 것을 존중하지 못한다는 거니.
나는 힘들게 말했다. 아...그런 너의 감정을 '동성애'(실제로 이런 표현은 쓰지 못했다)라고 말하는 건..난 sex면에서조차 강하게 끌릴때 그 정의 내리기 힘든 동성애에 정의를 내려.
그녀와 키스하고 싶어.
그녀가 말했다.
나는 침묵을 지켰다.
나는 그동안 이성애자로서 당연한 '무관심'으로 동성애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nothing' 이라고 정의내린것이다.
사실 나는 그녀의 커밍아웃에 지금 이시각도 침묵한다.
다만 두가지,
나의 이성애자로서의 가치관으로 그녀의 동성애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과
그래, 난 그녀가 행복하는 길을 바란다. 그녀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2.
오늘도 독약을 사발로 마시고 말았다.
밟으면 부스러지는 뻔데기 상태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나는
어쩌면 너무나 큰 구상도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하여 나는, 힐난하며 애증섞인 증오를 퍼부어 대던 그앞에 이제는 침묵하기로 했다. 나는 그보다 더 우스울지모르므로.
나도 그와 다를 바 없으므로.
맹목적일 바 다름없는 칭찬과 찬사, 기대는 사람을 그렇게 우습게 만들 소지가 있다.
그것은 내게 독약이다.
언제부턴가 그러한 것들이 나를 매우 불편하게 한다. 뒤틀린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대학을 갓 졸업한 젊고, 지각있던 영어과 여교사는 우리에게 영화 바운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처음으로 접했던 동성애의 기억입니다. 물론 당시 남학교에서 중, 고등학교를 다닌 저로서는 함께 밥 먹고, 함께 뛰어놀던 주위의 친구들과 키스한다는 상상만으로도 불쾌했던 게 사실입니다.
동성애가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자리를 잡아가던 9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는 주변에서도 동성애, 혹은 양성애를 외치는 친구들을 몇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까지도 그들이 정말로 성의 정체성 때문에 고민했다기 보다는 그저 일반적인 것을 거부하고 싶었던 무늬만 이반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의 마음을 타인이 알 수는 없기에 오해의 소지는 너무나도 많겠습니다만.
어쩌면 annie님의 행동이 사회 속에서 최선의 선택이 아닌지 모르겠더군요. 일반을 거부하기 위하여 이반이 되고자 했던 이가 아니라면 타인이 내 사랑의 방식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그저 당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주는 것에 가장 큰 편안함을 느끼지는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근본적으로 무관심만큼 타인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없는 듯 합니다.
2003-05-25 19:55:16
sugaJ
물론 나의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coming out 을 한다면 난 당황할것이다. 그러나 그 친구가 날 사랑하지만 않는다면 --;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지.... 왜 이런걸루 고민을 하는지... ?
2003-05-25 23:14:27
美끼
남길까 말까 굉장히 고민하게되는 글이였는데..... 이반이라는 말 참 오랜만에 들어봐.. 아처 말대로 그럴지도 모르지.. 성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일반적인 것을 거부하고 싶었던 무늬만 이반 혹은 양성애자 말이야.. 아니면 잠시 방황하고 있다거나..? 하지만..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일이 내 친구에게 일어난다면? 아니 내 친구가 그런 사람이라면.. 당황스럽고 이상하기도 하고 거부감이 생길수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건 그친구가 헤쳐나가야 할.. 살아나가야할 고달픈 현실이 더 걱정되지 않을까? 소중한 친구라면......걱정될거야..
2003-05-25 23:54:39
annie
to sugaJ
나의 그녀의 커밍아웃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반을 받아들입니다. 그들이 옆에서 애정표현을 해도 다만 여성이 내입술에 닿는 것은 몸과 마음이 거부한다는 것이지요.(모르죠 또 해보면 -.-;)아.상상만해도 쭈빗..
다만, 난 그녀가 자아와 뗄 수 없는 '사회'로부터 배척당하고 상처받질 않기 바래요.
그리고 그녀는 남을 속인적도 기만하지도...너무나 자신과 세상에 순수한 사람이니까요.
순한 양같은 저는 가끔 그녀와 있으면 아버지가 되어 지랄 지랄 혼계하는 걸요.-.-;
벗뜨.
그녀가 상처받지 않기위해 그녀의 동성애를 거부하고 이성애의 길로 재촉한다는 것은 그녀에게 너무나 슬플거라는 판단과 어제 저의 태도에 많은 생각을 했다는 거죠.
2003-05-26 00:07:36
annie
to achor
이건 참 무식한 얘긴데.. 사실 컴퓨터에 대해 매우 '무관심'한 저는 아처씨가 뭐하는 사람인지 알지못했고 알지 못해요.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이렇게 생각해왔담니다.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진짜 할 일 없는 사람인거 같아..정말 이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
to 美끼
오늘 하루종일 서울 international festival 에 참가했어요.종묘제례를 장시간 동안 지켜보았는데..매우 슬픈 감정이 들더군요. 오후에는 베트남에서 악세사리를 샀어요. 야자나무 줄기로 만든 매우 심플한 팔찌인데 참 잘샀다고 생각합니다. ^^ 사실 매우 싸기도 했습니다. (2개에 천원)-.-; 각설하고,
美끼 라는 말처럼 매우 아름다운 끼를 가지셨네요. 부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