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란주점에서 3차까지 끝내고 돌아온 시각 새벽 2시 50분.
거듭된 폭탄주에 조금은 취했고, 조금은 피곤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제 핸드폰에는 한 살 터울 아가씨가 찍어 놓은 핸드폰 번호가 존재하지만
결국 단 한 번 연락하지 않은 채 지워질 것을 모르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직 남아있을 건 그녀가 준 라이터 뿐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2.
오늘은
내가 지금 돌아서면 모든 걸 잃을 걸 알지만 그래도 돌아서야만 하는 네고의 의미를 배웠습니다.
자신의 바닥을 보이지 말 것이며, 당당하게 대하라 하더군요.
좋은 이야기입니다.
3.
키는 큰가 보군요.
키 크다는 것도 좋은 이야기지요.
키 큰 이를 좋아하는 건 여성만의 특권은 아닙니다.
4.
저를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치 잘 익은 수박을 고르는 것과 별 차이 없습니다.
같은 값이면 더 나은 수박을 고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지요.
다만 수박의 그 모양보다는 그 맛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5.
저한테 죄송해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별 것 없는 제 삶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 지 몰라 걱정스러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