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합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저를 아시는 분인지, 그렇지 않은 분인지. 등등.
그렇지만 상관은 없습니다.
그저 당신의 깊은 이야기를 제게 들려주신 데에 행복할 뿐입니다.
제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떠나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저절로 상기하곤 하는 기억입니다.
따스한 햇볕이 스며들어 나른하였던 몇 해 전 토요일 오후,
저는 채널을 요리조리 돌리다 한 드라마를 스쳐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SBS의 모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탤런트 한재석이 아주 격양된 목소리로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결코 떠나보내지 않겠다고 소리치더군요.
왜 네가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감을 갖지 못하냐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떠나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에 대해 결국은 두려워 하는 비겁함이라고 발악하더군요. --+
당신 역시 저처럼,
사랑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아직 사랑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다면
그를 위해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내 의지와 욕망, 배려심과 질투심, 심지어 선과 악, 그 모든 판단과 정의를 앗아가 버리는, 그런 완벽한 사랑을 꿈꾸지는 않나요?
그를 위해 아무리 떠나려고 결심을 해봐도 결국 떠나지 못하게 되는,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들리는 그의 목소리처럼
당신을 완전히 정복하는 절대적인 사랑을 꿈꾸지는 않나요?
네. 인생은 참으로 혼란스럽고, 그것의 해답은 결국 시간밖에 없다는 것을 저 역시도 실감합니다.
삶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것, 저 역시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의 답은 대개 주관적입니다.
며칠이든 몇 달이든, 얼마 간의 시간이 흘러 당신의 지금 이야기를
때론 웃으며, 때론 쑥스러워 하며 이야기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것은 당신이 또다른 사랑을 찾아 지금의 뜨거운 열정의 기억을 부정하거나
혹은 스스로를 만족시키기 위한 자기 위안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판단은 스스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은 프로스펙스를 살 것이냐, 나이키를 살 것이냐와 같은 하찮은 고민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또 영화처럼 시간이 느려지며 슬로우모션으로 많은 고민과 고뇌 후에 결정하는 것은 아닌 것도 같습니다.
삶의 중요한 선택은 사실 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순간적으로 이루어 지곤 하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 선택하셨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어떠한 결과가 닥친다 하더라도 스스로 책임질 자신이 있는가"
그리곤 슬픔이 온다면 슬픔에 책임을 지시고,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면 그것을 묵묵히 지탱해 나가십시오.
아직 제 삶조차 추스리지 못하는 저 따위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오직 한 가지뿐입니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행동하십시오.
선택의 문제 삶에 있어서 많은 가정법이 존재하고는 있지만 대학 초년, 학부대표 선출을 가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저 아무 이유 없이, 월요일 아침 출근 길에
문득 대학 초년의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학부제가 도입된 그 해,
200명도 넘는 신입생 전체를 모아 놓곤 학부대표를 선출했었던 그 기억.
후보로 추천돼 오른 단상에서 장난끼 대신 진솔함을 보였었다면, 그래서 학부대표가 되었었다면...
내 대학생활도, 그리고 지금의 삶도.
바뀌어 있지는 않았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