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알진 못해.
그렇지만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린 거야.
아무런 흔적도, 아무런 기억도 없이, 그냥 그렇게, 태초에 아무 것도 없었다는 듯이...
그렇지만 난 사려 깊고 잔인해.
언젠가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듯이 말할 수 있을 거라 믿어.
널 사랑하지 않는 게 아냐.
오히려 오랫동안 생각해 왔어.
그렇지만 머뭇거림엔 까닭이 있어.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
아,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지?
사실 공포였어.
서울 시내에서 180km/h를 밟을 수 있는 곳이 존재할 거란 생각,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고속도로에서도 180km/h는 쉬운 일이 아니잖아.
그렇지만 달렸어.
차에서는 기긱,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
제대로 제동이 되지 않으면 어떻하나, 걱정했었어.
그러나 불안해 하지 않아.
삶의 끝은 (고작해야) 죽음이야.
환생이든 윤회든 극락장생이든...
그런 건 다 꿈의 문제거든.
죽을 운명이라면 어떻게든 죽을테고,
살 운명이라면 어떻게든 살테니
가볍게 불안해 하지는 않아, 그저 담담히 받아들여야 해. 그건 神의 영역이야.
난 무척이나 혼란스러워.
그렇지만 네가 좋아.
게다가 잔인하기까지도 해.
From 효리 Sat Jan 22 00:58:51 2000
제목 : 이런날은 어느곳인가
오늘같은 날은 언제고 일어나기 마련이지.
나 오늘 무척이나 담배가 그립다.
끊기로 생각한건 어떤 이유가 있었던건 아니었어.
단지 끊는게 좋을거란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그러기에 다시 담배가그리운것도 당연한 거야.
그리우면 그리움 자체가 이유인거지 다른 이유가 필요하진 않아.
그런데 오늘은 참 그리워.
여긴 쉽게 만날수가 없는곳이야
어쩌면 그래서 더욱 그리운건지도 몰라.
여기저기 장소를 물색하려 1층에서 5층까지 서성이고 있었어.
정말이지. 답답한 곳이야.
난 무척이나 사교성이 풍부한 사람이라 생각했었어.
그런데 사실 그게 아니었던것 같아.
난 30살 쯤은 세대차이는 가뿐하게 넘길수있을만한
능력과 위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나봐.
어떻든. 매우 그립다.
어째서 이렇게 그리운 것을 나쁘게만 해석하려 할까.
해보지도 않고. 경험해보지도 않고. 직접 경험해 보지도 않고.
그렇지?
매우 오랜동안 서성였어.
나우누리 구석구석 찾아봤어. 어딘가 오늘쯤 내가 끄적일만한곳.
나 언제부터 이렇게 쓸곳을 잃었던 거야?
어디고 안전한곳이 없어. 언제 이렇게 가시가 돋혀있었던건가.
아님 스트레스에 불거진 얼굴의 뾰도록지 처럼 언젠가는 사라질텐가.
다시 내게 공간이 주어지는건가.
여긴 비워진 공간. 채워진것과 채울 공간. 아무도 모르는 공간
그러나 누군가 알수있는 공간. dark 와 파스텔이 공존하는 공간.
그렇지?
2시쯤엔 5층 어딘가에 그리운이를 만날거야.